강릉의 커피가 생각나 오랜만에 당일 드라이브 코스를 계획해 보았습니다.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태백, 삼척, 강릉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괜찮을 듯하여 선택해 보았습니다. 원래는 황지연못, 구문소, 철암탄광역사촌, 임원쉼터, 장호항전망대, 말굽재, 초곡용곡촛대바위, 새천년해안도로, 추암촛대바위, 강릉의 사천 테라로사까지 가서 집으로 돌아오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체력과 시간관계상 몇 군데는 포기하고 그냥 지나가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지도상의 거리를 체크해 보니 총 650km 정도의 거리입니다. 실제로는 더 긴 거리였지만 오랜만에 실컷 운전도 하고 좋은 사람과 함께 멋진 풍경도 보고, 맛 좋은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즐거운 당일 드라이브였습니다.
구문소
꽤 오래전인데 자동차가 바위문을 통과해서 지나가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쉐보레의 자동차 광고였는데 멋지고 이국적인 모습의 거기가 어디인지 궁금하여 찾아보니 '구문소'라고 하는 곳이었습니다. 태백 쪽에 갈 일 있으면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이제야 한번 가보게 되었습니다. 자료 찾아보니 그 광고 나온 지 벌써 5년이 지났네요.
구문소는 황지천과 철암천이 만나는 곳으로 두 물길이 이곳 지하에 있던 동굴과 만나면서 오랜 시간 동안 동굴을 넓혀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구문소의 독특한 지형과 잘 보존된 삼엽충등의 화석은 한반도의 5억 년 전 지질시대의 연구를 위해 높은 가치를 가진다고도 합니다.
아이들을 동반하거나 지질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구문소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을 관람해 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막상 구문소에 가서 보니 광고에서 자동차가 통과하여 지나가던 바위문은 구문소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탄광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도로를 내기 위해 1937년 일본인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라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뭔지 모를 씁쓸한 감정이 듭니다.
철암탄광역사촌
철암탄광역사촌은 탄광촌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생활사 박물관이라고 합니다. 당시의 모습을 복원해 놓은 몇 개의 건물의 내부에는 당시 탄광촌 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모습도 볼 수 있고, 작가들의 예술작품들도 구경해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마을사람들이 이용하던 상점, 다방, 식당 등이 있던 조그마한 건물 몇 개를 연계하여 전시장으로 꾸며놓은 공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철암탄광역사촌 하천 뒤에는 꽤나 높은 언덕 꼭대기에 삼방마을이 보입니다. 마을구경도 하고 전망대에 올라가 보고도 싶었지만 시간도 모자라고 기력도 모자라 아쉽지만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합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데 꽈배기 가게가 보입니다. 철암찹쌀꽈배기가 다 튀겨지기를 기다려 꽈배기 한 봉지를 들고 역사촌 주변을 거닐어 봅니다. 역사촌 건너편 철암역 뒤에는 옛 탄광시설의 모습이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직접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예전의 탄광촌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합니다.
지방의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많이 듣게 됩니다. 지역마다 폐교하는 학교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점점 이곳 탄광촌처럼 되어갈 곳이 많아질 거라고 예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초곡용굴촛대바위
오랜 기간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이 얼마 전 개방되면서 삼척의 명소중 하나로 손꼽히게 된 곳입니다. 주차를 하고 좌우측으로 보이는 몇 개의 식당과 가게들을 지나 촛대바위길 입구에 들어서면 시원한 바닥전경과 함께 긴 데크길이 보입니다.
데크를 따라가면 전망대와 포토존이 나오고 출렁다리를 지나면 촛대바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끝까지 가면 용굴까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낙석으로 인해 데크길이 정비 중이라 거기까지는 못 가고 되돌아옵니다. 데크길의 길이가 생각보다 길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입니다.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의 개방시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관람안내 | ||
구분 | 운영시간 | 입장마감 |
3월~10월(하절기) | 09시~18시 | 17시 |
11월~2월(동철기) | 09시~17시 | 16시 |
※관람료, 주차비는 무료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
추암촛대바위
삼척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중간에 동해시의 추암촛대바위를 들러봅니다. 추암촛대바위는 동해안의 해돋이 명소로도 손꼽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추암촛대바위를 찾으면 추암해변과 출렁다리, 조각공원, 해암정 등이 함께 조성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고 알차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추암촛대바위, 출렁다리, 조각공원 등을 다 둘러보고 내려오면 조금 출출해집니다. 해안가에 즐비하게 서있는 카페들 옆으로 조그마한 건어물 가게가 보입니다.
맥반석 위에 구워주는 쥐포가 맛있어 보여 몇 장을 사 와 해변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쥐포를 씹으면서 바라보는 넓고 푸른 하늘과 바다의 풍경은 잠시나마 일상의 걱정과 근심을 잊게 해 줍니다.
테라로사 사천점과 짬뽕순두부
강릉까지 오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습니다. 오늘의 목적인 강릉에서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 테라로사 사천점으로 들어가 커피와 피칸파이 한 조각을 주문했습니다. 파도소리 가득한 해변의 카페테라스에서 맛보는 따뜻한 커피와 파이 한조각으로 분위기 있게 마무리하려 했지만 배가 고픕니다.
예전 강릉에서 먹었던 짬뽕순두부가 생각나는데, 그곳은 이미 영업이 종료되었고, 재빨리 스마트폰 검색해 아직 영업 중인 통해 짬뽕순두부집을 찾아봅니다.
예전 줄 서서 먹었던 강릉의 짬뽕순두부집의 맛은 아니었지만, 녹두전까지 곁들인 나름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합니다.